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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메아리는… 동화 「메아리」

‌향파 이주홍 선생은 방정환, 마해송, 이태준과 더불어 초기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선두주자였다. 

선생은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온몸으로 살았다. 선생은 그 시기마다 아픔들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의 모순, 갈등과 맞섰고,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도 무척 깊었다.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와 6·25를 겪는 동안 아이들이라고 힘들지 않았을까? 

선생은 작품 속 아이들의 생활을 미화하거나 동심 천사주의로 포장하지 않았다. 가난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겪어 내는 일들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선생의 작품은 풍자와 해학이 넘치면서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그리고 향토적이다. 선생의 작품에는 40년간 살았던 부산의 이모저모가 배경으로 잘 녹아있다. 

1952년에 발표한 「못나도 울 엄마」의 배경은 ‘대연동 못골’이고, 「피리 부는 소년」의 배경은 ‘아미동 귀신고개’이다. 

선생의 작품은 동화 130여 편, 소년소설 30여 편이며 동시·동요 110편이 남아있다. 아직도 미발표 작품들이 계속 발굴되고 있다.


‌선생의 소년소설 「메아리」는 1959년 『국제신보』에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메아리」는 중학교와 초등학교 교과서에 오랫동안 실렸던 작품으로 지금도 연극과 그림자극으로 상연되고 있다. 

작품 「메아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생의 삶이 고스란히 보이는 것만 같다.

‌주인공 돌이는 첩첩산골에서 아버지와 누나와 함께 살아간다.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던 누나가 시집가면서 돌이의 상실감과 외로움은 깊어진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만날 보는 하늘, 만날 보는 산, 만날 보는 나무, 만날 보는 짐승뿐인 돌이에게 
단 하나 사람의 말소리로 대해 주는 친구가 있었다. 그것은 메아리였다.

‌무작정 누나를 찾아 나선 돌이는 산길을 헤매다 그만 날이 어두워지고 산중에서 길을 잃고 만다.이 장면에서 선생이 살았던 시간들이 보인다. 

가난한 시골 학생이 서울에서, 나라 잃은 고학생이 일본에서 보냈을 막막하고 지난했을 시간들. 

꿈을 찾아 고향을 떠난 그곳은 돌이가 누나를 찾아 들어섰던 산중이었고 계곡이었을 것이며 어둠의 시간들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돌이를 찾아서 업고 집에 왔을 때, 집에서 기다린 것은 돌이의 동생이었다. 그것은 송아지. 

선생에게 송아지 같은 존재는 누구이며 무엇이었을까? 힘든 시간들을 살아내는 힘이었으며 위로였고 기쁨이었던 존재. 아마도 그것은 가족이고 예술세계이었고, 제자들이며 문학이 아니었을까?


‌"돌아, 정신이 나니? 네 동생이 하나 났어!"
‌아버지의 말에 너무나도 기쁜 돌이는 

누나가 넘어가던 산마루로 올라가서 소리친다.
‌"내 산아~."
‌메아리가 대답을 한다.
‌"내 산아~."
‌돌이는 좋아서 웃으며 다시 말한다.
‌"너두 좋니~?"
‌대답하는 메아리.
‌"너두 좋니~?"


‌돌이의 유일한 말동무인 메아리는 

돌이의 외로움과 기쁨을 함께 해 주는 존재였다.

‌지금 우리가 “너 행복해라~”, 길게 소리치면
‌“너 행복해라~.” 대답하는
메아리 같은 존재가 내 옆에도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어쩌면 선생은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의 이 시간은 행복한가요---?”

‌「메아리」를 읽으며 

그 대답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면 좋겠다.

글‌·사진   이주홍문학관 2018년 상주작가 김나월

출처   (사)한국문학관협회 ‌youtube - [문학관 TV]
이주홍, 『메아리』 (길벗어린이,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