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파 이주홍 선생이 주관한 
    부산지역 동인지 
    『윤좌』

  •  1965년 ~ 현재

향파 이주홍, 요산 김정한
청마 유치환, 정운 이영도 등
문학사에 길이 남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이 있었다.

이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된 동인지가 『윤좌』이다.
‘여럿이 둘러앉았다’라는 의미의 동인지 ‘윤좌’(輪座)는
이들의 의기투합으로 탄생했다.

1965년 6월 5일에 창간된 『윤좌』 창간호는
'불면 날아갈 듯' 얇은 잡지였지만
알찬 내용과 맛깔스러운 편집이 돋보였다.

이 동인지 창간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 향파 선생이었다.

창간 동인으로는 향파, 요산, 청마, 정운뿐만 아니라 
의사이자 수필가였던 박문하, 소설가 솔뫼 최해군 선생
동물학자이자 교육자인 김하득, 국어학자 박지홍
영문학자 김종출, 경제학자 김석환, 작곡가 이상근
영화평론가 허창, 식물학자 이용기 선생 등도 참가했다. 
『윤좌』 창간호에는 이들의 글들이 둘러앉아 있는 듯
선후배 관계없이 가나다 순으로 실려있다.

1987년『윤좌』제17집 

박지홍 동인의 글「정자나무 그늘에서」에는
향파가 20여년 동안 끌고 오던 윤좌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어서 흥미롭다.  

[하단 글]


『윤좌』의 시작 


그것은 65년에 있은 일. 4월이었다고 기억된다. 나는 향파 선생을 모시고 부산 초량으로 김하득 학장을 병문간 적이 있다. 돌아올때 당신은(향파) 초량의 어떤 안술집을 찾으시더니 한잔 하자고 하셨다.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김학장을 중심으로 수필 동인지를 내기로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말하자면 첫째는 취미로, 그리고 생활에 시달려 텅 비어진 마음의 허공에 정을 서로 뿌려줄 수 있는 그런 동인회를 하나 가지자는 것이었다.

술이 점점 취해지자, 당신은 내게 구체적으로 이름을 하나하나 올려 보라 하시고는 수첩을 내셨는데 - 경청은 줄인다. 교육자로 김하득, 소설가로 김정한, 시인으로 류치환, 아동문학가로 이주홍, 수필가로 박문하, 작곡가로 이상근, 미술가로 김영교, 국어 교육자로 이주호, 경제학자로 김석환, 생물학자로 이용기, 수학자로 김정수, 모두가 과거나 그때 현재로서 김 학장과는 동료 사이였다.

당신은 한참 들여다보시더니 "두메가 빠졌지 않나?" 하시고 웃으셨다.  두메는 내 호이다. 이윽고 당신은 위에서 빠진 몇 사람을 보태어서 추천하시는 것이었다. 영문학자이면서 평론가인 김종출, 홍일점이며 시조 시인인 이영도, 영화 평론가 허창, 그리고 당신이 늘 아끼시던 소설가 최해군, 이 4분의 이름이 당신의 입에서 나왔다. 윤좌는 이렇게 해서 태어났다.


 박지홍, 「정자나무 그늘에서」, 『윤좌』 제17집, 1987, 45~65쪽


 『윤좌』 창립 동인 및 
주요 동인 
- 가나다순 -

오정 김석환
1923 ~ 2008

경제학자·교육자
부산고등학교
부산대학교 상대
부산대학교 대학원장

요산 김정한
1908 ~ 1996

문인·학자
부산대학교 교수

한국문인협회 부산지부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제3대 부산문인협회 회장
1969 한국문학상
1971 문화예술상 수상
1976 문화훈장
< 요산문학상 >

김종출
1920 ∼ 1973

문학평론가·영문학자
부산대학교 교수
미국 미주리주립대 석사
1964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02 경남 김해시 구산동
김종출 문학비 건립

연각 김하득
1904 ~ 1981

교육자
경남고등여학교
동래중학교, 부산중학교
부산고등학교 교장
부산교육대학 
초대학장
1968 부산시교육회 회장
1967 부산시문화상
1968 교육훈장

두메 박지홍
1924 ~ 2011

국어학자·교육자
경남고교 부산고교
부산교육대학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동아대학교 대학원 교수

저서「훈민정음」
「국문학사의 연구」
「우리 현대말본」

청마 유치환
1908 ~ 1967

시인·교육자
조선청년문학가협회 회장
 한국시인협회 회장
제2대 부산문인협회 회장
부산예총 회장
1949 서울특별시 문학상
1958 한국시인협회상
1962 대한민국 예술원상

이상근
1922 ~ 2000

작곡가·교육자
부산대학교 교수
1987 국민훈장 모란장
1988 대한민국예술원상

제2회 대한민국작곡상
「칸타타 步兵과 더부러」
국가등록문화재 제791호

정운 이영도
1916 ~  1976

시조시인
부산남성여고 교사
부산여자대학 출강
부산어린이회관 관장
『현대시학』 편집위원
1966 눌원문화상
< 정운 시조문학상 >

수창 이용기
1913 ~ 1978

교육자
부산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죽헌 이주호
1921 ~  2018

독립운동가·교육자
부산교육대학
부산대학교 교수
한글학회 부산지회장
한국어문교육학회 회장
국어 교육론 연구
1977 건국포장
1990 건국훈장 애국장

향파 이주홍
1906 ~ 1987

소설가·아동문학가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동맹 중앙집행위원
부산수산대학 교수
부산아동문학회 창립

제1대 부산문인협회 회장
1957 1회  부산시 문학상
1979 대한민국예술원상 

1983 1회 불교아동문학상
대한민국문화훈장

1984 대한민국문학상 등
< 이주홍문학상 >

솔뫼 최해군
1926 ~ 2015

소설가
동아일보 신춘문예 등단
한국소설가협회 최고위원
 『문학시대』편집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
1973 부산시 문화상
1991 한국소설문학상

2006 자랑스런시민상 대상

허창
1927 ~ 2000

영화평론가
부산일보, 국제신보 기자
부일영화상 제정 추진
부산예총 지부장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창립부산평론협회 창립
1958 부산영화평론가협회 출범
1985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우하 박문하
1918 ~ 1975

『윤좌』4회 입회
수필가·의사
 부산 민중병원 원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제4대 부산문인협회 회장
< 우하수필문학상 >

단곡 김동주
1928 ~ 1998

『윤좌』5회 입회
한의사·수필가
혜강 한의원 원장
동국대학교 

부산대학교 출강

현석 김병규
1920 ~ 2000

『윤좌』6회 입회
법철학자·수필가
동아대학교 부총장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1995 현대수필문학 대상
부산 대신공원 앞
김병규 문학비 건립
< 현석 김병규 수필문학상 >

김영송
1931 ~ 2013

『윤좌』6회 입회
음성학자·교육자
부산대학교 교수
부산한글학회장
1988 삼광한글학술상
1996 국민훈장 모란장
2012 한국연극협회 

부산연극상
2008 국가유공자

윤좌 표지 그림 다수

하서 김종우
1916 ~ ?

『윤좌』6회 입회
국문학자·교수
동아대학교 국문과,
부산대학교 교수

『향가문학의 사상적 배경』『향가문학의 종교적 성격』『문학에서 본 왕생의 의의』

수평구 손동인
1924 ∼ 1992

『윤좌』6회 입회
아동문학가·소설가
인천 교육대학 교수
한국아동문학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회장
1961 부산아동문학상
1983 이주홍아동문학상

1988 불교아동문학상
1990 대한민국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여암 이태길
1920 ~ 2014

『윤좌』17회 입회  
독립운동가·교육인
동해중학교 교감
부산고등학교 등 교장
1994 안용복 기념사업회장
1995 광복회 부산지부장
1977 건국포장
1990 건국훈장 애국장

먼구름 한형석
1910 ~ 1996

『윤좌』19회 입회
독립운동가·작곡가
항일 가극「아리랑」작곡
저서『광복군가집』

1970 눌원문화상
1977  건국포장
1990 건국훈장 애국장
< 한형석 선생 추모사업회 >


윤좌 창간호에서 특기할 만한 사안은 청마 시인에 의해 작성된 동인 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은 '먼구름' 한형석 선생의 서체로 다음과 같이 선언되고 있다.


[하단 이미지]  동인 선언문 원본 글: 청마 유치환 / 서체: 먼구름 한형석

同人宣言

제각기 가진 행로 위에에서 
앞서 가고 뒷서 가고 하는 중
지극히 우연히 이뤄진 

한 무리의 일행인지 모른다.
거기엔 

까다로운 그 무엇도 있을 턱이 없다.

제각기의 
마음 내킨 행색이요 목적이면서도
서로가 주고 받는 심중을 

속임 없이 이야기하고 또 듣고 하는 가운데
어느새 마련된 

마음과 마음의 통로와 유대를 
서로가 아끼게 된 
그것인 것이다.

그리하여 앞길을 가름하여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곳,
훤히 트인 초원의 한 그루 나무 그늘이나

맑은 계곡 기슭 같은데서
걸음을 쉬어 둘러앉아 

무거웠던 마음들을 풀어 놓곤
다시 

서로의 이야기에 
꽃을 피우는 것이다.   

    (靑 馬)  


[사진]  
동인지 『윤좌』를 낸 뒤 모임을 마치고 나온 동인
왼쪽부터 이상근, 박지홍, 김병규, 최해군, 김동주, 김석환, 이주호, 이주홍



『윤좌』동인들은 어느 한 사람의 주도보다는
함께 나누고 교류하는 삶을 지향했다.

인간의 다양한 개성과 자유와 평등을
『윤좌』를 통해 실현해 나가는 인문학적 공동체였다.





 

1989년 발행된 『윤좌』제19집에는 지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최해군 선생이 쓴 단편 「이승의 윤좌·저승의 윤좌」가 실려 있다.

향파 선생의 유택에 이미 세상을 뜬 윤좌 동인들이 하나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다.

솔뫼 선생의 25년 전 소설처럼 윤좌의 선배 동인들은 그렇게 다른 세상에서 여전히 둘러앉아 이승에서 못다 나눈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단 이미지]
최해군,「이승의 윤좌·저승의 윤좌」전문 

『윤좌』 제19집, 118~127쪽.
사진을 누르시면 큰 화면으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각기 다른 길을 가는 자들이 함께 모여 창간한 『윤좌』는 처음에는 1년에 두 차례씩이나 출간하는 열정을 보였으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몇 해씩 거르기도 했다. 

1973년 이후에는 해마다 한 권씩 나와 반세기를 이어온 『윤좌』가 되었다. 

오래된 『윤좌』 속엔 최현배, 박경리, 박목월 선생의 편지글도 있고, 매 호마다 선보인 최해군 선생의 단편소설도 만날 수 있다.

『윤좌』동인은 문학뿐 아니라 음악, 교육 등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했던 대선배들의 모임이었던 만큼 동인지 『윤좌』의 50년 발자취는 부산지역 문화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문화사적 자료들이다.

실린 글 중엔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많지만, 지역 동인들의 다양한 문화적 삶의 발자취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좌』가 아직 후배 동인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향파 선생이 뿌린 문화의 씨앗이 지닌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 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사진 출처]
부산일보, 국제신문, 이상근기념사업회, 향파유족 제공
[글]  

  •  남송우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현대해양』  2020.09.03


 향파 이주홍의 『윤좌』 표지화 


  『윤좌』 가 걸어온 길  

1965. 06 - 『윤좌』제1집  (창간호)
1965. 10 - 『윤좌』제2집
1969. 07 - 『윤좌』제3집
1973. 10 - 『윤좌』제4집
1974. 05 - 『윤좌』제5집 
 (연각 김하득 선생 고희 기념호)
1975. 12 - 『윤좌』제6집 
 (輪座, 그 뒤의 이야기)
1976. 09 - 『윤좌』제7집 
 (향파 이주홍 선생 고희 기념호)
1977. 08 - 『윤좌』제8집 
 (하서 김종우 박사 환갑 기념호)
1978. 08 - 『윤좌』제9집 
 (요산 김정한 선생 고희)
                                                         (이용기 선생 정년 퇴임 기념호)
1979. 09 - 『윤좌』제10집 
 (故 수창 이용기 박사 추도호)
1981. 04 - 『윤좌』제11집  
(연각 김하득 선생 희수 기념호)
1981. 12 - 『윤좌』제12집 
 (연각 김하득 선생 추도호)
1982. 10 - 『윤좌』제13집  

                       (이주홍·김병규·이주호·이상근 四仙 송도 기념호)
1984. 04 - 『윤좌』제14집
  (김석환 선생 회갑 기념호)
1985. 04 - 『윤좌』제15집  
(박지홍·손동인 선생 회갑 기념호)
1986. 04 - 『윤좌』제16집
  (향파 이주홍 선생 산수 기념호)
1987. 11 - 『윤좌』제17집  
(향파 이주홍 선생 추도호)
1988. 11 - 『윤좌』제18집  

                       (김정한 류수현 김동주 三仙 송수 기념호)
1990. 10 - 『윤좌』제19집  
(김병규·이태길 선생 고희 기념호)
1992. 03 - 『윤좌』제20집  (이주호·김용태 동인 고희 기념호)
1993. 05 - 『윤좌』제21집  (이상근·김석환 동인 고희 기념호)
1994. 12 - 『윤좌』제22집  (박지홍 동인 고희 기념호)
1996. 05 - 『윤좌』제23집  (제갈삼·최해군 동인 고희 기념호)
1997. 07 - 『윤좌』제24집  (요산 김정한·먼구름 한형석 추도 특집호)

1999. 01 - 『윤좌』제25집  (단곡 김동주 선생 추도호)
2000. 08 - 『윤좌』제26집 
 (현석 김병규 선생 추도호)
2000. 12 - 『윤좌』제27집  
(여암 이태길 선생 팔순 축하호)
2001. 11 - 『윤좌』제28집  
(죽헌 이주호)
                                                             (송천 김용태 선생 팔순 축하)
2002. 12 - 『윤좌』제29집  
(오정 김석환 선생 팔순 축하 특집) 
2003. 11 - 『윤좌』제30집
2004.   ?  - 『윤좌』제31집  
(두메 박지홍 교수 찬여든 축하 특집호)
2005. 12 - 『윤좌』제32집 
 (운아 제갈삼)
                                                            (솔뫼 최해군 동인 팔순 축하 특집호)   
 
2006. 12 - 『윤좌』제33집
2007. 12 - 『윤좌』제34집
2008. 12 - 『윤좌』제35집 
 (청마·요산 탄생 100주년)   
2009. 12 - 『윤좌』제36집  
(윤좌에 얽힌 뒷이야기)   
2010.   ?  - 『윤좌』제37집 
 (여암 이태길 회장 망백 축하)
2011. 12 - 『윤좌』제38집 
 (죽헌 이주호 동인 망백 축하)
2012. 12 - 『윤좌』제39집  
2013. 12 - 『윤좌』제40집  
(우리 겨레와 민족문화)    
2014. 12 - 『윤좌』제41집  
(가신 임을 그린다-이태길·김영송) 
2015. 10 - 『윤좌』제42집  
(창간 50주년 기념호)
2015. 10 - 『윤좌』윤좌 창간 50주년 기념 동인 작품 선집

                                     (솔뫼 최해군 선생 추모 특집)
2016. 12 - 『윤좌』제43집  
(흰샘 이규정 동인 팔순 축하)   
2017. 12 - 『윤좌』제44집    
2018. 12 - 『윤좌』제45집  
(윤좌의 새 동인들)
                                          (가신 임을 그린다 이주호·이규정·김보희)
2019. 12 - 『윤좌』제46집
2020. 12 - 『윤좌』제47집


『윤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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